능엄경 : 여여불삼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르시되
“감각기관과 그 대상인 물질이 근원은 같으며
얽매임과 해탈도 둘이 아니며
의식하는 성품의 허망함이 허공의 꽃과 같으니라.
아난아! 대상인 물질로 말미암아 앎을 발하며,
감각기관으로 인해서 현상이 있나니
현상과 보는 놈이 성품이 없어서 허수아비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네가 이제 알고 보는 것이 앎을 성립하면 곧 무명의 근본이고, 알고 보는 것에 보는 것이 없으면 이는 곧 열반으로서 정기가 밖으로 새는 것이 끊긴 참되고 청정함이니 어떻게 그 가운데에 또다시 다른 물체를 용납하겠느냐?
그때에 세존께서 이 뜻을 거듭 밝히기 위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참다운 성품에는 작위함이 없거늘
인연으로 생기는 것은 허깨비와 같다네.
작위도 없으며 생기거나 없어짐도 없어서
진실되지 못함이 허공의 꽃과 같으니라.
거짓을 말하여 진실을 나타낸다면
거짓과 진실이 둘 다 거짓이라네.
진실도 진실이 아닌 것도 아니거니
어찌하여 보는 놈이다 보이는 물질이다 하겠느냐?
중간에 진실한 성품이 없나니
그러므로 허깨비와 같나니라.
맺히고 풀림이 원인한 바가 같아서
성인과 범부가 두 길이 아니라네
너는 어우러진 마음 속의 성품을 보아라.
허공과 실체 이 두 가지가 다 아니니,
혼미하여 어두우면 곧 무명이요 밝게 열리면 곧 해탈이니라.
맺힌 것을 푸는데는 차례를 지켜서,
六이 풀리면 一도 따라 따라서 없어지리라.
감각기관 가운데 원만한 놈을 선택하면
흐름에 들어가서 바른 깨달음을 이루리라.
아다나(阿陀那)의 미세한 의식은
습기가 사나운 흐름을 이루나니
진실과 진실 아님에 미혹할까 염려하여 내가 늘 말하지 않았노라.
제 마음에서 제 마음을 취하면
환망(幻妄)아닌 것이 환법(幻法)이 되나니
취하지 않으면 환망 아닌 것조차도 없으리라.
환망이 아닌 것도 오히려 생기지 않거든
환법이 어떻게 이루어지랴?
이것을 이름하여 ‘묘연화’, ‘금강왕보각’, ‘여여불삼매’라 하나니
손가락을 퉁기는 사이에 배울 것이 없는 경지를 초월하리라.
오직 이 비유할 수 없는 법은 시방 바가범이
오직 이 한 길 이 열반에 이르는 문이니라.